KxCoding 5년 삽질기 #1. 강의 만들기로 결심했다가 음향 장비에 잠깐 빠졌던 이야기
KxCoding 5년 삽질기 #1. 강의 만들기로 결심했다가 음향 장비에 잠깐 빠졌던 이야기
KxCoding2022년 10월 25일 20:14 0 1 282 0
1 0삽질

이 글은 2017년부터 강의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한 1인 개발자의 다양한 고민과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삽질에 대한 두서없는 기록입니다.
보이스 레코딩, 영상 제작, 서비스 개발 및 운영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상 강의를 만들어보고 싶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잘못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고, 편의상 존칭을 생략했습니다.


— 2016년, 어느 날 새벽

처음에는 책을 쓰려고 했다. 원고를 쓰다보니 문득 "이걸 동영상으로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부터 삽질이 시작되었다.
만약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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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짤을 쓴 이유는 마지막 글에서 알 수 있다ㅠㅠ

리빙포인트

  • 새벽에는 잡생각을 하지 말고 잠을 자는 것이 좋다.
  •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면 아침에 일어나서 카페인을 조금 투여한 다음에 다시 생각해 보는게 좋다.

— 원고를 바꾸자

기존에 쓰던 원고를 강의용 원고로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사실 두 원고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나의 파일에서 챕터별로 구분되어 있는 글을 영상 단위로 별도의 파일로 나누는 정도..
말을 할 때 참고하는 글이고 말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점이 편했다.

그렇게 신나서 내리 한 달을 강의 원고만 썼다. 그냥 원고를 쓰지 않고 알고 있는 내용만으로 제작을 시작했다면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개발 실력을 쌓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글감을 수집하면서 새로운 내용도 알게 되고 잘 못 알고 있던 내용도 고칠 수 있었다.

원고의 양이 늘어나는 만큼 글감을 관리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글감이 천 개 단위로 쌓이니까 Pages로 구조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Scrivener를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여러 장점이 있지만 코드 조각과 글 조각을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계층 구조로 관리하기 편하고, 참고 이미지도 함께 담아둘 수 있다.
중간에 노션이 핫해서 한 번 옮겨보려고 시도했었는데 실패했다. 이미 익숙한 툴을 버리고 새 툴로 옮기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미세먼지 팁

  • 1000 단어를 기준으로 원고를 작성하면 최종 영상 길이는 대략 10분 ~ 15분.
  • 이론만 공부하는 강의라면 5~10분, 실습이 포함된 강의라면 최대 15분 분량으로 끊어주는게 좋다. 15분이 넘어가면 완강률이 많이 떨어진다.
  • 원고에 입력할 코드와 실행 순서를 함께 작성해 두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에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내용을 검색할 때도 좋다.

— 빨간 버튼을 눌러보자

원고를 완성하고 본격적으로 레코딩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보이스 레코딩부터..
일단 가장 심플하게 맥북에 내장된 마이크를 사용했는데, 코딩하면서 녹화를 하다보니 맥북이 버티지 못하고 이륙하는 문제가 있었다. 팬 소리가 그대로 잡히니까 맘에 들지 않았다

그 다음 눈에 들어오는 아이폰으로 시도했다. 아이폰은 음질보다 수음 거리(입과 마이크의 거리)가 문제였다. 책상 위에 올려두면 책상 치는 소리, 키보드가 소리는 크게 잡히고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게 잡혔다. 그렇다고 손으로 들고 할 수도 없고..

둘 다 음질은 크게 나쁘지 않았는데 노이즈 때문에 음성만 뚜렷하게 녹음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이라면 노이즈 리덕션(음성에서 노이즈 패턴을 분석하고 감소시키는 기술)이나 노이즈 게이트(기준치 미만의 소리를 완전히 제거하는 기술)를 써서 편집하면 되는데 그 때는 이걸 몰랐다.

미세먼지 팁

  • 맥북으로 레코딩하면 팬 소리가 들어간다. 애플 실리콘도 마찬가지다. 소리의 크기만 다를 뿐이다.
  •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한다면 주름관(자바라) 형태의 스탠드를 사용해서 입에서 15cm 정도 떨어지도록 해 주는게 좋다.
  • 둘 다 노이즈 조절에 한계가 있지만 후처리를 통해서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노이즈를 잡기 위한 삽질

결국 마이크를 사기로 마음먹고 2만원짜리 USB 마이크를 샀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에 큰 비용을 투자할 수 없어서 가장 저렴한 마이크를 산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멍청한 선택이었다.
음향에서는 돈이 곧 품질이다. 5만원 이하는 돈을 길바닥에 버리는거다.
"음질에 상관없이 녹음만 되면 된다"
이런 생각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을 투자하는게 오히려 돈을 아끼는거다.

녹음을 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건 마이크에서 발생하는 고유한 노이즈와 주변 소음이다.
개인이 영상 강의를 만들 때 전문적인 스튜디오에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거다. 대부분 나처럼 방에서 시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에어컨 소리, 현관 벨 소리, 층간 소음처럼 집에서 발생하는 온갖 소리가 다 들어간다. 이 때 사거리 바로 앞 건물 5층에 살았는데 자동차 소리를 포함한 갖가지 소리가 그대로 다 들어갔다.
창문을 닫으면 안 들리던 소리도 막상 녹음을 해보면 생각보다 크게 들린다.

그러면 개인이 레코딩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스튜디오를 대여해서 쓰면 된다.
스페이스 클라우드에서 검색해보면 대여할 수 있는 공간이 많고, 가격도 시간당 3,000원 ~ 50,000원으로 다양하다.
근데 작업을 하다보면 시간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고 여유롭게 사용하다보면 비용이 늘어난다.

시간을 여유롭게 쓰고 싶다면 결국 내가 있는 공간을 개선하고 좋은 장비를 갖춰야 한다.
실제로 이 시기에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했다. 벽을 계란판으로 도배하기도 하고 방음 커튼도 달아보고 방음 파티션도 샀다. 기본적인 소음이 깔린 환경에서 이런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냥 돈을 버리는 거다.
제대로 하려면 방음 공사와 룸 어쿠스틱 공사를 해야 한다. 이건 인테리어 수준의 공사라서 큰 맘 먹고 시작해야 한다. 나는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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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책으로 이런 방음 부스도 찾아봤지만 크기와 이사 문제로 포기.

스튜디오를 대여하지 않고 내 방에서 품질을 높이는 방법은 결국 좋은 장비를 쓰는 것 밖에 없다.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기본적인 노이즈를 안고 가야 하니까 좋은 장비를 사기 전에 노이즈를 줄이는 방법부터 공부했다. 노이즈를 줄여준다는 유틸리티 앱들은 사용하기 쉽다. 무료도 많고.
그런데 판매할 목적으로 만드는 영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퀄리티는 아니었다.
Audacity, Logic Pro, Cubase, Audition 같은 전문적인 DAW(Digital Audio Workstation)를 비교해보고 Audition으로 정착했다. 이유는? 그냥 Adobe가 좋고 익숙해서
Adobe가 제공하는 무료 튜토리얼만 봐도 왠만한 기능은 다 익힐 수 있다. 심지어 한글이다.

Audition 소개
https://www.adobe.com/kr/products/audition.html

Audition 무료 튜토리얼
https://helpx.adobe.com/kr/audition/tutorials.html

노이즈 관련 기능을 공부할 때는 Mike Russell 형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https://www.youtube.com/musicradiocreative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Shure MV 88 마이크를 구입했다.
https://www.shure.com/en-US/products/microphones/mv88?variant=MV88%2FA

대충 이런 느낌

iOS 전용앱을 통해서 다양한 설정을 바꿀 수 있고, 팝 필터를 지원한다는 장점이 있다. 레코딩 품질은 만족스러운데 매번 아이폰에서 맥북으로 파일을 복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건 AirDrop이 있어서 큰 불만은 없었다.
정작 문제가 된 건 아이폰 배터리였다. 10분 이내로 녹음할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30분이 넘어가면 배터리가 버티지 못했다. 어떤 날은 녹음 중간에 아이폰이 꺼져서 다 날린 적도 있었다. ㅠㅠ

그래서 다시 한 번 마이크를 바꾸기로 했다. 오디오 매장에서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마이크 패키지를 추천해 주었지만 책상을 최대한 심플하게 유지하고 싶어서 조금 뒤로 미루고 다시 한 번 USB 마이크, Shure MV51을 구입했다.
https://www.shure.com/en-US/products/microphones/mv51?variant=MV51-DIG

USB로 연결하기 때문에 전원 문제는 해결되었다. 처음에는 알 수 없는 잡음 때문에 고생했는데 쉴드 처리된 케이블로 바꾸고 나서 해결되었다. MV 51은 프론트 패널에서 레코딩 모드와 Gain을 직접 조절 할 수 있고 비용 대비 레코딩 품질이 좋다.
한동안 만족하면서 사용했다.

영상 강의를 만든다면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음향을 공부할수록 오디오 인터페이스도 써 보고 싶고 더 좋은 마이크도 써 보고 싶었다.


— 나는 개발자인가? 강사인가? 음향 엔지니어인가?

강의를 만들어야 하는데 음향이라는 신세계가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Scarlett Solo + RODE NT2-A 조합을 구입하고 조금 더 깊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강의 영상을 만들려다가 잠시 딴 길로 샌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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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ocusrite.com/ko/audio-interface/scarlett/scarlett-solo
https://rode.com/ko/microphones/studio-condenser/nt2-a

음향 관련 기초 지식을 공부할 때 김도헌 교수님 채널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https://www.youtube.com/c/%EA%B9%80%EB%8F%84%ED%97%8C

이전에는 Audition에서 Noise reduction 메뉴만 사용하는 수준에 머물렀는데 이 시기에 여러 가지 이론을 공부하면서 상당히 많은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 장비병)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아이폰으로 녹음한 다음 Audition으로 조금만 편집하면 강의 영상에서 사용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강의 영상을 만들고 싶다면 좋은 마이크에 앞서 Audition을 추천한다. Audition으로 만족할만한 품질을 얻을 수 없을 때 마이크를 구입해도 늦지 않다.


— 녹음 때문에 OO을 결심한 사람이 있다?

사거리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정말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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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편집이 가장 까다로운 소음은 뭘까?
사이렌 소리? 이건 너무 커서 인지하기 쉽다. 그냥 녹음을 잠시 멈추면 된다.
자동차 소리? 승용차 소리는 노이즈 리덕션 한 방이면 대부분 사라진다. 경적 소리는 아주 짧은 시간만 지속되기 때문에 그 부분만 힐링 브러시로 문지르거나 지워버리면 된다.
내가 가장 고생한 소음은 버스가 가속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었다. 이게 평소에는 거의 느끼기 어렵다. 근데 녹음만 하면 웅~~~ 하는 엔진 소리가 그대로 들어왔다. 사이렌처럼 큰 소리가 난다면 잠시 멈추면 되는데 이 소리는 중간에 인지할 수 있을만큼 크지 않았다. 결국 이 소음 때문에 편집에 너무 많은 시간이 낭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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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 있는 작은 파형이 버스 소리에 해당하는 파형이다. 왼쪽하단부터 쭉 이어지고 있다. 이런건 노이즈 리덕션으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처음부터 소음없이 깨끗한 소리를 받을 수 있을까?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고 가장 단순하게 작업 시간을 새벽으로 옮겼다.
그래서 이 시기에 제작한 영상을 보면 시계가 1시 ~ 5시 사이로 되어 있다.
불필요한 편집 시간은 줄일 수 있었지만 몸이 축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사를 결심했다! 응??
마침 대로변을 마주하지 않은 고층 매물이 있었고 다음 날 일어나서 바로 달려갔다.
체크 포인트는 딱 하나. 외부 소음이 어느 정도인가? 창문을 닫으면 거의 들리지 않았고 내부 소음도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멋진 뷰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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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계약!

이사 후 첫 녹음 결과는 너무 좋았다. 노이즈가 거의 들어오지 않아서 후처리가 따로 필요 없었다. 가장 큰 노이즈라면 키보드 소리, 마우스 클릭 소리, 손목에서 나는 "뚝뚝" 소리였다.
녹음 때문에 이사하는 미친 짓을 했지만 지금까지 아낀 시간을 생각하면 아주 좋은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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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비병은 치료될까?

Scarlett Solo + RODE NT2-A 조합은 나에게 오버스펙이었다. 음반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아이폰으로 녹음하고 편집해도 충분한데 그냥 좋은 마이크를 써 보고 싶었던거다.
그렇게 주기적으로 장비병을 앓으면서 돈낭비를 하다가 지금은 Apollo twin x + Shure SM7B + sE DM1 조합을 사용하고 있다.
https://www.uaudio.com/audio-interfaces/apollo-twin-x.html
https://www.shure.com/en-US/products/microphones/sm7b?variant=SM7B
https://seelectronics.com/products/dm1/

아폴로 오인페를 사면 UAD라는 플러그인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게 너무 좋다.
특히 C-Vox는 노이즈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덕분에 에어컨과 공기 청정기를 끄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건조기를 돌려도 마이크에는 아무 소음도 들어오지 않는다.
https://www.uaudio.com/uad-plugins/special-processing/c-vox-noise-reduction.html

처음에는 10분짜리 음성을 편집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지금은 소스 자체에 노이즈가 거의 없어서 30초도 안 걸린다. 립노이즈를 제거하는 필터와 음성을 또렷하게 하는 필터만 적용하면 바로 끝난다.

앞에서 설명한 조합으로 제작한 영상

여기까지 정리하다보니 강의 품질보다 음질에 더 신경쓴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뜨끔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삽질을 했다. 이제 여기에서 한 단계 올라가면 진짜 스튜디오급 장비를 사야하기 때문에 나의 장비병은 여기에서 끝날것 같다. 끝났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강의 품질을 높이는데 포커스를 맞춰야겠다. 라고 다짐하면서 급 마무리

미세먼지 팁

  • 스마트폰 녹음 + 노이즈 제거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여유가 있다면 오디오 인터페이스 + 10 ~ 30만원 사이의 팟캐스트용 마이크 조합이 좋다. 팝 필터와 쇼크마운트도 함께 구입하면 좋다.
  • 100만원 이상 투자할 수 있다면 아폴로 오인페 + C-Vox 플러그인을 강력 추천한다.
  • 마이크를 책상 위에 두거나 스탠드로 고정해서 쓰면 진동때문에 불필요한 소음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마우스를 잡을 때 책상이 진동한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녹음된다. T형 마이크 스탠드(보통 2~6만원대)로 책상에서 분리하는게 좋다.
  • 항상 Input Level을 모니터링 해야 한다. Gain은 평균 -10 ~ -15dB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 최종 결과물의 음향 감도를 일치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모노는 -19LUFS, 스테레오는 -16LUFS가 권장 값이고, Audition을 사용하면 몇 번의 클릭 만으로 쉽게 작업할 수 있다.
  • 윈도우 PC + Nvidia VGA 조합을 사용하고 있다면 Nvidia Broadcast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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